스마트폰은 정말 나쁜 걸까? 시간낭비? 중독? 아니면 휴식인가?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을 알려드립니다.
스마트폰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라며 자책합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걱정하고,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느라 집중력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스마트폰만 없으면 우리는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느라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해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스마트폰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시간을 100% 가치 있게 사용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인생이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했다고 해서 건강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을 값지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인생은 "값진 시간"과 "값지지 않은 시간"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과 "괴로운 시간"으로 나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즐기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이 인생을 망친다고? 즐거움도 성장이다!
우리는 종종 "즐거운 시간"과 "성장하는 시간"을 구분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낭비'라고 여기고, 책을 읽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시간만이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운동선수들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지만, 그들은 훈련을 고통스럽게만 여기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더 나아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억지로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더 깊이 파고듭니다.
게임을 하며 한 판을 클리어할 때 느끼는 성취감과, 새로운 운동 기술을 익힐 때의 성취감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 반드시 괴로워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즐거움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이 정말 쓸모없는가?
스마트폰을 오래 하면 "시간을 낭비했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할 때도 우리는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보면서 쉬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만 안 했으면 일을 더 빨리 끝냈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스마트폰을 쉬는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끝까지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시간 동안 일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보면서 머리를 식히는 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며 쉬는 시간도 포함해서 작업 시간을 평가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상이나 기사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극장에서 보면 "영화를 봤다"라고 인정받지만, 스마트폰으로 보면 "스마트폰을 했다"라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감동을 느끼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얻는다면, 그것이 극장이든 스마트폰이든 차이가 있을까요?
스마트폰 중독? 남이 하면 중독, 내가 하면 휴식인가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오래 한다며 "중독"이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부모들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집에서,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하면 휴식이고, 자녀가 하면 중독일까요?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 아내는 "중독"이라고 말하고, 아내가 웹소설을 보면 남편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본다"라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본인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순수한 스마트폰 중독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진짜 중독이려면 스마트폰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를 만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갈 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습니다. 즉,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사용하지만, 다른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때는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은 중독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폰 이외의 즐거움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대신 연애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취미 활동을 하면 "한눈판다"고 걱정합니다. 결국 스마트폰 외에 허용된 즐거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줄이고 싶다면? 타이밍을 바꿔라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무조건 참으려 하기보다 사용하는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채우기
예를 들어, 퇴근 후 7시부터 9시까지 스마트폰을 하게 된다면, 그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등의 활동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운동이나 공부 같은 '의무적인' 활동으로 대체하려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마트폰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즐겁다고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스마트폰을 할 수 없는 환경 만들기
만약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느껴진다면, 아예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요금제를 바꾸거나, 특정 앱을 삭제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차단보다는,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지속가능합니다.
스마트폰을 너무 미워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자책하기도 하고, 남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만들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껌을 씹거나, 신문을 뒤적이거나, 병원에서 잡지를 읽었습니다. 지금은 그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망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절망에서 구해주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